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백봉령~삽당령(서널바람 맞으며 자병산 아픔을 생각하며 걸었네)

들메 2012. 9. 10. 06:43

 

9월 9일 백두대간 백봉령~삽당령구간

겨울 혹한기 적설산행의 어려움울 피해 먼저 강원도 구간을 하고

저수령으로 내려갈 계획으로  강원도땅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동해안 7번국도를 타고 삼척에서 정선가는 지방도 구비구비 돌아 3시 반경 도착한 백봉령

 

추울 정도의 서널한 바람을 맞으며 산행시작

캄캄한 밤 자병산 시멘트 체굴 공사장으로 변한 산길 어김없이 길을 찾아서 약간 해메고

참고로 자병산과 한라시멘트의 관계를 어느 언론사의 기사를 빌려왔습니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석회석을 캐내느라 절벽으로 변한 자병산에서

영월에서 들었던 마고할미 전설이 갑자기 생각난 것은 왜일까?

저녁이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빛나 신령스러웠다는 자병산을 수백m 낭떠러지로

만들어버린 것이 탐욕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더 좋은 아파트와 더 빠른 고속도로를 향한 욕심은 자병산을 사라지게 하고

우리가 기대어 살아왔고 살아갈 수많은 산들을 파헤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병산을 찾아오는 길. 하루 종일 발길이 무거웠던 이유도 10년 전 만난 그 참혹함을

다시 봐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자병산으로 가던 날은 올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고 서쪽 바닷가 지방에는

대설주의보가 대설경보로 바뀔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다.

그러나 길을 떠나 동쪽으로 오는 내내 하늘은 맑았다.

바람조차 없어 쌓인 눈이 녹아내릴 정도로 기온이 높았다.

똑똑히 보고 제대로 전하라는 뜻인가?

10년 전 자병산을 찾던 날에도 며칠을 두고 내리던 비가 갑자기 멎었다.

다 잘려나간 자병산의 귀퉁이에 섰다.

10년 전 자병산에 처음 올랐을 때 섰던 자리보다 적어도 수십m는 더 낮아졌다.

 다만 걱정하던 마루금 관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저기 나무가 없는 곳이 보이지요. 채광 허가를 받았지만 채광 직전 환경단체들의 요구로

채광을 하지 않는 지역입니다.” 라파즈한라 최용호(49) 부장이 가리키는 사면은 다른 지역과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나무가 없었다.

그 사면 뒤로 해는 이미 기울고 쌓인 눈으로 산은 푸르게 빛나며 백두산으로 가는 마루금을 연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라 했다. 자병산은 사라졌지만

 물은 어차피 낮은 데로 흐르니 다른 능선이 마루금을 잇는다.

그 마루금을 좇아 시선을 옮긴다. 왕관처럼 솟은 저 산이 석병산이고

그다음 하얗게 빛나는 눈밭은 지난해 여름 고랭지 배추를 키워낸 안반데기 어디쯤일 것이다.

저 언덕을 넘으면 대관령이 보일 터이고,

동양 최대 목초지라는 삼양대관령목장을 지나면 오대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백두대간보전회와 더 이상 다툼은 없습니다. 상생의 관계지요.

” 자병산은 백두대간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다.

1990년대 백두대간 종주 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은 잘려나간 자병산을 보고는 자지러졌다.

마고할미의 손톱 자국보다도 더 참혹한 생채기 앞에서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척 두타산 인근 주민들과 산악인들이 참여한 백두대간보전회가 앞장섰다.

채광을 중지하라는 요구와 기업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요구가 충돌했다.

백두대간보전회는 겨우 남은 자병산 정상에 드러누워 시위를 벌였다.

시멘트 산업이 과잉 생산으로 구조조정을 겪으며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했던 직원들이 맞섰다.

채광을 중지하면 당장 생계를 이을 방법이 없었다.

분규는 계속되고 기업과 환경단체의 골은 깊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라시멘트가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그렇게 10여 년 이미 채광 지역으로 허가를 받아둔 백두대간 마루금까지는 확대하지

않는 선으로 한라시멘트가 물러섰다.

지역단체는 기존 광구를 중심으로 지하로 채광을 더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략

1999년 이후 10년 만에 찾은 잘려나간 자병산 귀퉁이.

872m였던 산은 760여m로 내려앉았다. 앞으로 60여m 더 낮아질 것이라 했다.

 귀퉁이만 남은 산 정상이 자꾸만 낮아지는 이유는 지하로 내려가면서

붕괴를 막기 위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병산의 모습을 차라리 볼 수 없음이 다행일 것입니다

 

20여분 뒤 정상적인 산길 안내판이 반갑습니다

 

 

산길은 촉촉히 젖어있고 어둠을 밝히는 산우들의 헤드렌튼 불빛.

서늘한 바람맞으며 말없는 행군.

작은 봉우리 몇개를 넘고 넘어 5시 반경 도착한 생계령입니다

크다란 입간판이 무슨 소용인가요?

잘려 나간 백봉령부근 산길이나 잘 내어 주세요 산림청 담당자님들.

 

동녁엔 밝아오는 아침 옥계리 마을 불빛들이 밤을 지새웁니다

 

능선아래 동굴이 있는지 안내판이 있습니다

 

 

깔닥고개 922봉 오름길에 잠시 돌아보니 자병산자락이 보입니다

 

 

922봉에서 맞이하는 아침 동해바다 쪽입니다

 

생채기 들어낸 자병산 자락

 

길손을 반기는 참취 쑥부쟁이 산은 이제 가을 입니다

 

잠시 뒤 도착한 931봉 처연한 아름다움이랄까요?

자병산 뒤로 청옥두타 연릉들이 아픔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관련 당국은 진정 무엇이 보존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탁상공론하지말고 실무자들 백두대간 우리나라 방방곡곡 발로 걸어보고

대책을 세우시길.

 

 

순탄한 길 다른 대간팀들을 조우하고 삼각점이 있는 900.2봉을 지나고

 

고병이재 직전 에서 모두 모여 아침

 

강릉 옥계면 산계리마을로 내려가는 고병이재로 내려서고

 

이제 석병산이 지척

 

옥계면 동해바다가 보이고

 

산골짝 산계리의 아침이 푸릅니다

 

살짝 모습을 드러낸 석병산

 

908봉 헬기장 석병산을 일월봉이라고도 하네요

 

 

 

이런길 걸어갑니다

돌아보면 내내 눈에 밟히는 자병산 보면서

 

 

고사목을 모체로 하얀 버섯이 신비롭네요

 

석병산 직전 헬기장의  마타리와 각시취

 

 

8시 15분 석병산에 올랐습니다

 

 

 

 

 

 

천지 사방 아름다운 산하 아름다운 석병산입니다

바로 아래 일월문도 담아갑니다

 

 

 

 

                                              석병산에서

                 

                                       자병산 슬픈 울음소리

                                       백봉령 서늘바람으로 불고

 

                                       초록숲길도 길가의 야생화도

                                       천지사방 수려한 풍광도

                                       마음 한 켠 아리한  아픔으로 남았네

 

                                       일월문에 해뜨고  달뜨고 또  해뜨고 달뜰때

                                       따스하고 온화한 당신의 품으로

                                       자병산 아픔을  감싸 주려나

                                        

석병산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건너 자병산의 아픔을 기억하려

시 한수 남기고 이제 두리봉으로 갑니다 

 

키 작은 산죽길 울창한 참나무숲 여유롭게 걸어서

 

두리봉에 모두 모였습니다

 

 

삽당령 하산길 줄서서 내려가는 산우들

 

두리봉 잠시 돌아봅니다

 

 

 

 

 

삼각점이 있는 866봉

 

한달 뒤면 저 나무들 단풍으로 물들겠지요

 

간간히 금강송이 멋진 자태로 서 있고

 

 

 

삽당령 다 왔습니다. 나무계단길 내려서며

 

숲사이로 이어지는 대간길 살펴보고

 

10시 30분 구간거리 약 19k 7시간의 산행

자병산의 아픔을 생각하며 걸었던 구간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