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황제가 아주 오래동안 공들인 궁전을 완성하고 시인을 초대했다.
시인의 입을 통해 물질로 이루어진 궁전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도록
궁전의 시화(詩化)를 바랜 것, 그러나 시인이 한 편의 시로 궁전을 노래하자
황제는 새파랗게 질려 시를 소멸시키고 시인을 처형하였다.
................................................................(보르헤스의 소설 중에서)
....................................................................................................................................................(장안성)
한 편의 시속에 그 궁전의 모든 것을 담아 버렸기 때문일까
한 편의 시 때문에 황제의 궁전이 오히려 빛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물질세계를 대표하는 황제의 궁전이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시인의 한마디에 가려졌기 때문일까.
어쨌든 시인이 완성한 그 한 편의 시는 사라졌고
우리는 그 완성된 시에 다가하기 위해
끊임없이 미완의 시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세상의 다난함, 아름다움, 무릇한 모습들... 나는
시적 대상을 바라볼 때마다 자주 그 이야기를 떠올린다. 나도 이 길을 가다보면
저 세상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한 편의 시와 만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 (삼장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유물을 보관한 탑)
....................................................................................................................................(박물관의 불교유물)
.....................................................................................................................................................(박물관)
그러나 어쨌건 황제의 궁전은 우주의 중심이었고
그곳에서 황제는 모든 것을 베풀었고 모든 것을 흠향했다.
비단길은 그곳에서 시작되고, 나는 이 길을 따라가며
내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려고 한다.
.............................................................................................(맹인이 손으로 더듬고 귀로 들어 조각한 사자)
황제의 궁전에 진귀한 조상들..........
멱은 태어나면서부터 맹인이었다.
그는 무엇이든 손으로 만진 것을 돌로 조각하였다.
그는 대상을 그대로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없는 특징까지 상징화하여 표현할 수 있었다.
사자의 모습을 보라. 두꺼운 목은 사자의 울음소리를,
힘차게 뻗은 꼬리와 다리에서는 강인함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가.
몸의 근육과 얼굴 표정까지...
눈으로 보고 조각한 것보다 더 근엄한 사자의 모양이다.
박물관 안에 다른 조상들, 새, 말, 낙타.... 그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보면서도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황제의 궁전에서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양귀비가 머물던 서궁에 이르었다. 궁안에는 그녀만을 위한 목욕탕이 있다.
그녀는 목욕을 한 후 벗은 몸으로 저 망루에 걸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머리를 말리기 위해서였다는데, 그녀가 벗은 몸으로 궁안을 걸어갈 때
모든 병사들은 몸을 돌려야했다고 한다.
어쩌다 실수로 그녀의 나신을 보았거나, 정욕을 이기지 못해
그녀를 바라본 병사들은 바로 목을 베였다고 한다.
..........................................................................................................(목욕 후 양귀비가 머리를 말리던 망루)
........................................................................................................................(양귀비가 목욕을 하던 욕조)
지방전쟁에 나가 있던 아들 이수가 그의 처(양귀비)와 함께 문안을 드리러왔을 때
아버지인 현종은 며느리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현종은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이 나라를 세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너는 네 아내 하나 나에게 넘겨주지 못하겠느냐. 이수는 아내를 두고 혼자 돌아갔고
그때부터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 나라의 일은 모두 팽개쳐버렸다고 한다.
경국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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